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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2세대 독일인의 내면세계를 그리다 <나는 독일인입니다> - 나치 정권 시절의 한 가족사를 들여다보고 역사를 대하는 우리 모두의 태도를 되돌아보다. (35)
2020-06-15 오전 12:07:01 조회 : 4483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인들에게 그들의 국가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왔을까. 전후 세대가 느꼈을 상실감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전후 세대인 저자가 과거 독일인의 역사를 담담하면서도 용기 있게 그려낸 책, <나는 독일인입니다>가 출간되었다. “나의 할아버지는 정말 나치였을까?” 이 책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이번 기고만장에서는 독일 나치즘의 전쟁, 그리고 역사와 죄의식을 다룬 책 <나는 독일인입니다>를 통해 전후 2세대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진실에 대한 집요한 추구의 울림을 느껴보자.

 
 
 
 
 
 
 
 
 
독일의 나치즘 - 잊지 말아야 할, 잊어서는 안 될 과거
 
 
 
 
 

제2차 세계대전은 세계정복을 시도한 추축국(나치 독일, 이탈리아 왕국, 일본 제국 3국)이 일으키고 이에 연합국이 맞서면서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인류 역사상 최대, 그리고 최악의 전쟁이다. 추축국은 공격적인 팽창주의와 파시즘 이데올로기로 국가 주도의 집단 학살을 자행했고, 약 7,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추축국 중 독일의 나치당은 농민을 포함한 중소 시민층과 국수주의자, 대자본가의 지지를 바탕으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이후, 아돌프 히틀러는 수권법*을 제정하였고 나치당 외 정당 신설을 금지하면서 국가 유일의 독재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출처: 미래한국)
 

*수권법 : 행정부에 법률을 정립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법률. 1933년에 나치스의 국민 혁명에서의 수권법이 대표적이다.
 
 
 
 
 

홀로코스트는 불에 의하여 희생된 제물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로, 독일인은 ‘우월한 민족’이지만 유대인은 ‘열등한 민족’이라는 믿음에 의해 체계적으로 자행된 대량 학살을 뜻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아돌프 히틀러가 이끌었던 나치당은 계획적으로 유대인과 동성애자, 장애인, 정치범 등 수많은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학살했다. 또한, 나치당은 강제 노동 수용소를 설립하여 유대인들을 집단으로 수용하고 감시했다. 나치 독일이 설치한 6개의 강제 수용소 중 가장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에서는 1942년부터 1944년까지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문과 살인이 행해졌다. 이후, 유적지로 지정된 이곳에서 발견된 가스실, 독가스 캔 등은 학살이 일어난 체계적인 구조와 계획적인 살인의 증거였다. (사진 출처: Pixabay)
 
 
 
 

1945년 독일은 연합국이 제시한 무조건 항복 문서에 서명했고, 제2차 세계대전은 종결되었다. 전후 독일은 탈나치화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일명 '아우슈비츠 교육'이라고 불리는 과거 청산 교육을 시행하게 된다. 저자 노라 크루크의 <나는 독일인입니다>는 이러한 과거청산 교육을 받은 전후 2세대 독일인의 모습을 누구보다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치당이 독일에 깊게 뿌리내렸던 당시, 저자는 자신의 조부모가 어떤 선택을 했었는가에 대한 집요한 물음을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나간다. 나치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비난하면서도 때로는 그들의 죄가 면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는 저자의 내면세계는 전후 세대 독일인이 겪어야 했던 내적 갈등의 모습을 잘 대변하고 있다. 더불어 문자뿐만 아니라 그래픽 서사라는 독특한 미학적 효과를 주는 이 작품은 전후 독일인으로서 가져야 할 시대적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색하는 여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나는 독일인입니다>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울림
 
 
 
 
 
이렇듯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면서 과거의 흔적을 찾아 헤매지만, 오히려 정체성의 근원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역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가족, 학교, 직장, 국가 등의 여러 집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만, 집단은 역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즉, 집단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면 개인의 정체성 역시 희미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저자를 비롯한 전후 2세대 독일인은 자신의 국가에 대해 부정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불안한 시대적 자아상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과거 독일이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동정과 위로를 하는 대신, 덤덤히 감추어진 진실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작은 단서나 실마리일지라도 올바른 역사적 사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매개체라면 주저 없이 숨겨져 있었던 이야기들을 밝혀내고자 한다. 또한, 그 속에서 스스로 끊임없이 죄의식을 상기시키며 자기 가족의 역사를 정직하게 규명하고 있었다. 이 속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역사가 인류에게 가져다주는 울림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듯했다.
 
 
 
 


이처럼 전후 2세대 독일인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나는 독일인입니다>는 지배자들의 관점에서 벗어나 평범한 한 가정의 역사를 서술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나치 정권 시절에 얽혀 있는 비극적인 가족사의 진실을 꾸밈없이 탐색하는 독일인으로서의 여정은 모든 인류는 역사의 계승자라는 관점에서 이따금 그 책임감을 자연스레 상기시킨다. 저자는 그의 조부모의 선택을 찾기 위해 기록보관소를 방문하고 전쟁으로 인해 멀어졌던 가족들을 수소문하여 직접 인터뷰하는 등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비단 한 사람의 여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대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게 한다. (사진 출처: 서울경제)
 
 
 
 
 
 
 
 
 

역사를 되돌아보는 우리 모두의 태도에 대한 성찰

 
 
 
 
<나는 독일인입니다>에서 저자가 그의 가족사와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 모두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일제강점기라는 과거를 지나온 한국인이라면 이 작품의 서사에 구구절절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독일은 과거청산이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와 달리 한국은 지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친일청산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면 꼭 나오는 것이 프랑스의 나치 부역자 처벌이다. 이는 이 작품에서 시사하는 바가 비단 독일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과거청산 또는 과거사 청산이라는 말은 한국사회에서 1990년대 이후로 널리 사용됐는데, 이와 비슷한 용어는 일제 잔재 청산 또는 친일파 청산이다. 과거청산은 일정한 시기 동안 인권유린 사태나 비인간적이고 반문명적인 행위가 일어났을 때 필요한 과제이다. 독일의 나치가 수백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을 학살하였듯이 일본 또한 관동대지진 때 많은 한국인을 학살하였고, 중국을 침략하면서 남경학살 등의 주민집단학살을 자행하였다. 더하여 일본이 일제의 일본군 성노예, 강제연행 등의 문제에 성의를 다하지 않는 것은 과거청산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의식이 더욱더 필요함을 의미한다. (사진 출처: 서울신문)
 
 
 
 

비록 현재 한국의 과거청산 문제에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거청산 노력은 우리의 미래에 희망의 불씨를 가져오고 있다. 독일의 전후 2세대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전후 세대 역시 불완전한 시대적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으며 관련된 문제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저자는 <나는 독일인입니다>에서 이와 같은 불안한 상황이 존재하지만 이를 타파할 수 있는 노력과 의지가 있기에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다. 역사의 전모를 바로 세우려는 저자의 노력처럼, 비록 그 과정이 더딜지라도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고 되돌아보려는 작은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삶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또 그것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이때, 역사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과거를 올바르게 바로잡고 기억해야 한다. 저자가 그의 가족사를 성실하게 되돌아보고, 그의 삶의 터전이 겪었을 상실감에 대해 끊임없이 반추하는 여정은 우리에게 ‘나,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자연스레 이르게 한다. 끊임없이 전진하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오히려 과거로의 역행을 보여주는 저자의 여정, <나는 독일인입니다>에서 조그맣지만 깊은 여운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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