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알람 도착
환경적인 감염병 대응책, 원헬스 - 인간 중심적 의학에서 탈피하여 생태계와 공존하는 인류의 건강을 모색하다. (22)
2020-06-15 오전 12:08:56 조회 : 5865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3년마다 유행한다면 인간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948년 WHO가 탄생한 이래로 세 차례의 팬데믹*을 선언할 동안 인류는 백신을 해결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사람과 동물이 동시에 감염되는 신종 바이러스 발생 사례가 증가하면서 백신이 절대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최근 이러한 치명적인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태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사람, 환경, 동물을 묶어 하나의 건강으로 보는 원헬스가 주기적인 팬데믹 해결의 열쇠라는 것이다. 이번 화연수첩은 원헬스와 세계 각국의 정책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팬데믹: 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경보 등급 중 최고 단계인 6단계로 전 세계적으로 특정 질병이 유행하는 상태
 









하나의 세계, 하나의 건강





원헬스(One health)는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도모하는 다학문적, 국제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인류가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동물과 환경의 건강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렇기에 원헬스는 국가 기관이 협력하여 의학뿐만 아니라 수의학, 생태학 등 여러 학문을 통합한 연구를 진행한다면 인류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최근 신종 바이러스의 연이은 등장으로 이 접근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뿌리는 19세기부터 찾을 수 있다. 사람과 동물 간 상호전파되는 질병을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명명한 뒤, 수의학과 의학의 비교가 필요하다는 원메디슨(One medicine)*이 등장하였다. 20세기 후반에는 공중보건에 환경오염이 위협적임이 밝혀졌고 생태학적 관점이 추가되면서 현재의 정의로 자리 잡았다. 국제기구는 보건 문제에서 이러한 원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진 출처: CDC)
*원메디슨: 수의학과 의학이 협력하여 동물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지속할 수 있고 동등한 의학적 발전을 이륙하는 것






원헬스가 현대 보건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알아보자. 먼저 감
염병의 유행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부터 인간이 걸리는 질병이 늘어났는데 이 중 75%가 바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사람과 동물 간 서로 전염되는 병으로 에이즈의 원인인 HIV 바이러스, 에볼라, 메르스 등 인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바이러스가 여기에 포함된다. 동물이 걸리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전염되면 전 세계적 유행으로 이어지는 데다 변형도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전염병 유행 기간도 10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자연환경 파괴, 공장식 축산 등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환경 파괴로 인간과 동물이 접촉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상호 감염이 일어나 잦은 변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헬스는 동물 복지와 환경 보전까지 보건 대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원헬스는 기존의 치료 중심적인 대응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전
염병 퇴치는 백신 개발의 여부로 직결된다. 지금도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하며 단기 개발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백신을 만들고 상용화되어 쓰일 때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기간은 5~10년이다. 타미플루처럼 1년도 채 되지 않고 쓸 수 있는 약도 있지만, 이는 예측했던 바이러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나의 약을 만들기 위해서 투자비는 10조 이상이 필요하고 성공률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 투자할 수 있는 시간도, 투자비도 더 빨라지는 신종 바이러스 발생 기간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하다. 원헬스 접근방식은 수의학을 접목해 변이 가능성이 있는 동물 바이러스를 감시, 예측하기 때문에 병이 발생하고 나서야 대책을 세우는 현재의 방식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중앙일보)










올라가는 기온, 심해지는 위협





원헬스 학계에서 주목하는 질병의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도시화, 육류 소비 증가와 물적 교류 증가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기후 변화가 국제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원헬스에서도 기후변화를 주요 고려 대상으로 삼는다. 아직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거에 이상 기후와 함께 질병이 자주 발생한 기록이 있어 개연성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후 전문가들은 감염원 중 하나인 박쥐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후 변화는 인간의 건강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강수량, 풍향 등의 변화는 다각적으로 공중보건에 영향을 준다. 기상이변은 황사,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 수질오염으로 이어진다. 오염된 환경은 감염원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A형 간염 같은 수인성 질병과 식중독 등 식인성 질병이 발생하고 모기나 쥐가 매개하는 감
염병 역시 늘어난다. 높아진 기온도 열사병과 같은 온열 질환까지 일으키며 인류는 끊임없이 위험에 처한다. (사진 출처: Unsplash)





이미 지구 온난화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극지방은 보건 문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알래스카다. 고온 현상으로 영구 동토층이 녹아 배수관 등 인프라가 손상되었고 수인성 질병이 원인으로 여겨지는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 높은 기온은 식중독도 증가시켰다. 알래스카 원주민은 날고기를 차가운 공기에 건조시켜 먹는데 따뜻해진 날씨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이 번식했기 때문이다. 2015년에서 2018년까지 단 5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에 반해 작년 3달 동안 약 10명의 환자가 나와 적은 수지만 보건당국이 예의주시하는 상황도 있었다. 따뜻한 날씨는 모기 개체 수도 늘려 뎅기열이 발병하기도 했다. 빙하 속 얼어있는 바이러스도 극지방에서는 위협적이다. 2016년에는 녹아내린 빙하 속 탄저균이 밖으로 나오면서 순록과 인근 주민을 감염시키는 사태도 벌어졌다.










해외의 원헬스와 ‘한국형 원헬스’





기후변화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지역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원헬스는 초국가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국제기구는 어떻게 실행하고 있을까? WHO는 세계 보건의 컨트롤 타워답게 타 국제기구와 협업하며 원헬스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동물건강기구와 함께 감시망을 만들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예방한다. 동물·인간에 전염되는 바이러스는 항생제 오남용으로 변이할 수 있어서 이를 조기에 발견하려는 목적이다. 더하여 세계식량농업기구와는 사회적인 구조와 가난이 질병 유행 경로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시도도 보여준다. 국제기구의 대응은 이처럼 조기 대응을 위한 방향으로 이뤄진다. (사진 출처: WHO)





지역적 차원의 원헬스는 유럽의 '유럽공동프로그램(EJP)'가 모범답안으로 여겨진다. EJP는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19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식품 관련 부처, 수의학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사업으로 앞서 나온 국제기관처럼 조기 대응을 목적으로 등장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보다 실천적이고 범학문적이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7개의 단계로 이루어졌는데, 마지막 단계가 정책 수립과 교육이다. 연구 결과는 법안 제정으로 나아가 실제로 환경 개선이 현실화된다. 실용적인 법안을 위해서는 의학과 수의학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 과정에서 과학뿐만 아니라 법학, 사회학 등 다른 학문의 관점도 가져와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원헬스를 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한국은 비교적 최근에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는 2018년 '한국형 원헬스'를 발표하며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기존의 건강한 환경과 건강한 동물 생태계뿐만 아니라 대규모 재난의 예방까지 나아간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지난달에 있었던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 대규모 재난의 잦은 발생 때문에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서 건강영향평가를 지난달부터 확대했다. 건강영향평가는 정부 사업과 정책이 공중보건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한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 식약처 등이 공동대응사업을 벌여 축산업 종사자의 항생제 내성 실태와 내성균의 지역 특성화를 연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법안 제정 같은 실천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WHO는 21세기를 '감
염병의 시대'로 규정했다. 현재의 질병 관리가 인류의 미래까지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하지만 아직도 인류는 가속도가 붙은 팬데믹의 쳇바퀴를 굴리는 중이다. 이 속도에 이끌려 갈지, 아니면 제약을 걸지는 원헬스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렸다. 국제기구와 각국 부처는 긴밀한 협력 속에서 국가적인 표준 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일반인들 또한 실생활에서의 친환경적인 실천으로 건강한 환경을 위해 나서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또 유행하지 않도록 원헬스가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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