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알람 도착
공항을 가는 게 힘들어요 - 알려져 왔지만 몰랐던 그들의 삶,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직장에서 겪는 고충을 살펴보다(4)
2019-10-30 오전 12:54:41 조회 : 2031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항공기 내에서 안전 및 편의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다. 항공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그 안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하기에 많은 사람이 이 직업을 선호한다. 실제로 2018년 상반기 국내 저가 항공사의 항공기 객실 승무원 채용경쟁률은 평균 110대 1을 기록한 만큼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항공사에 입사한 이들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번 화연수첩에서는 그동안 가려져 왔던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고충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마음을 갉아먹는 탑승객의 갑질
 
 
 
 
 
지난 20일, 2심 재판을 담당한 부산지법 형사항소4부는 항공 보안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원심대로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3월 항공기 내에서 자신의 짐을 정리하던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자신의 팔에 실수로 상처를 내자 이에 대해 항의했다. 이때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일본어로 항의하던 A 씨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자 A 씨는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팔과 목을 세 차례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냈다. 이로 인해 막 이륙 중이었던 항공기는 회항해야 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위 사례처럼 탑승객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안내에 따르지 않고 폭력을 행사해 기내 안전을 위협하면 항공 보안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법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객실 승무원에 대한 탑승객의 폭력 행위는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2019년 항공기 내 범죄 발생 내역 자료에 의하면 폭언을 포함한 소란 행위 9건, 성적수치심 유발행위 15건, 폭행 및 협박 5건이 발생한 만큼 기내 폭력은 아직도 남아있다. 이렇게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탑승객의 갑질로 괴로워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후속 처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업무 수행을 방해하면 항공 보안법에 따라 최대 5천만 원의 벌금형이나 10년의 징역형을 내리는데, 같은 혐의로 최대 20년의 징역형이나 한화로 약 3억 원 상당의 벌금을 선고하는 미국에 비해 처벌이 미약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탑승객의 난동 문제는 왜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까? 먼저, 항공기 객실 승무원에 대한 인식이 문제이다. 항공법 제2조 5항에 따르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항공기 내에서 비상 상황 발생 시 탑승객을 탈출시키는 등 항공기 내 주요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을 말한다. 이런 법적 정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을 서비스직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직인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고객인 탑승객의 지시에만 잘 따르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것이 항공기 객실 승무원에 대한 부적절한 대우와 요구로 이어져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탑승객의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더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등 주요 항공사가 채택하고 있는 직원 평가 제도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제도는 탑승객이 칭송 항목과 불만 항목을 작성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근무 평가에 적용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것이 팀 평가에 적용되는 일도 있으며 불만 사항이 접수되었을 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아시아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항공기 객실 승무원들은 탑승객이 부당한 요구를 해도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건강을 위협하는 근무 시간과 환경
 
 
 
 

항공기 객실 승무원을 지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과도한 근무 시간과 이로 인한 건강 악화이다. 항공 노선 확대 등 운송 산업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공급 인력은 좀처럼 늘지 않기 때문에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쉴 틈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인권운동 네트워크 바람’이 항공기 객실 승무원 447명을 대상으로 비행 중 근무 시간에 대해 조사한 결과 261명이 한 달 동안 120시간 이상 비행한다고 응답했다. 법적 승무 시간*이 120시간이 최대로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것이다. 더불어 해당 응답자 중 229명이 비행 중 쉬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과도한 근무를 수행하면서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글로벌이코노믹)

*승무 시간 :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처음 움직인 때부터 착륙으로 비행기가 정지한 때까지의 시간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상공 8~12km의 항공 고도를 달리고 있는 항공기 내에서 장기간 일하는 만큼 건강에도 적신호가 오고 있다. 그 이유는 우주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방사선의 구성 입자 중 하나인 양성자 대부분이 지구 자기력선을 따라 지구 양극으로 퍼지는데,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항공기 객실 승무원일수록 방사선 피폭 위험이 매우 크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은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연평균 방사선 피폭량은 약 2.2밀리시버트(mSv)로 원자력발전소 종사자의 피폭량인 0.6밀리시버트(mSv)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일반 근로자와 암 발병률을 비교했을 때 여성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암 발병률의 경우 2.09배, 남성의 경우 1.77배 높게 나타났다.

 
 
 
 
이런 실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례가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경우는 없기에 고통은 더욱 가중되기만 한다. 지난해 6월부터 이번 달까지 항공업계 출신의 4명의 암 환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냈으나 근로복지공단과 항공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주방사선과 암 발병과의 상관관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현재도 우주방사선과 암의 연관성에 관한 논쟁이 활발하고 항공사와 공공기관이 측정한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피폭량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승무원의 산업재해 인정 여부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병으로 고통받는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개인 휴가를 사용하면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실상이다. (사진 출처: 한국원자력안전재단)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쾌적한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항공사에서는 이들의 고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탑승객의 갑질에 대한 예방책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단순 서비스직 업무를 맡는 사람이 아닌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가이다. 항공사에서 이륙 이전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업무와 탑승 시 유의 사항 등을 안내하면서 항공기 객실 승무원에 대한 존중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특히, 안내 방송, 안내 책자 등을 통해 업무를 언급하면서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서비스직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이 아닌 기내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임을 명시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직원평가제도가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팀 업무에 반영이 되는 것을 금지하는 조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더불어 항공사는 항공기 객실 승무원들이 근무 이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 항공기 객실 승무원은 과도한 근무에 시달리면서도 항공사의 *RF로 인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외국 항공사가 매월 활용할 수 있는 휴가를 3일에서 최대 5일로 지정한 것처럼 일정 기간 휴가 일수를 지정하여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건강을 보장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최대한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법적 개선을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항공 안전법 규정에 따라 비행 근무시간과 같은 휴식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장소에서 이전 비행 근무 시간과 같거나 12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부여하는 유럽에 비해 비교적 아쉬운 상황이다. 비행 근무 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가지도록 규정을 수정하여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RF : Ready For Flight, 일정이 새로 생길 수 있으니 대기할 것을 지시하는 말
 
 
 
 
 
마지막으로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기록 관리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은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질병에 걸렸을 시 그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국가가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퇴직 이후 30년간의 자료를 보관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기록을 5년간 보관하도록 규정했다. 이 또한 법이 아닌 국토부 고시에 따라 지정했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다른 국가들처럼 법적으로 기록 보관 시간을 법적으로 연장해야 해당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질병에 걸린 항공기 객실 승무원에게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다.

 
 
 
 
현재 주요 항공사들은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복지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은 위시 데이(Wish Day) 제도를 도입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신청하도록 했다. 더불어 단거리 왕복 연속 근무 단축, 야간비행 휴게 여건 개선 그리고 스케줄 변동 최소화를 통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 항공은 직원 휴게실 내에 다양한 휴식 거리를 제공하여 항공기 객실 승무원에게 만족감을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항공사들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들이 위와 같이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더 힘을 쏟으면 보다 활기찬 근무가 이어질 것이다. (사진 출처: 매일뉴스)
 
 
 
 
 
 
 
 
 

현재 국내에 상장된 6개의 국적 항공사의 평균 근속 연수는 6.8년이다. 즉, 세계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항공기 객실 승무원이 된 청년들이 인간관계와 과도한 근무에서 생긴 건강 악화로 일찌감치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항공사와 정부 차원에서 항공기 객실 승무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과제가 많다. 항공사의 정책, 법적 조치로 관련 문제를 개선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기 객실 승무원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하루빨리 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해결되어 현직 항공기 객실 승무원들과 예비 항공기 객실 승무원들이 꿈의 날개를 활짝 펼쳐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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