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알람 도착
생각을 시각화하는 글쓰기의 힘 - 자신의 생각을 정제된 언어로 보여주는 이다혜 기자를 만나다(45)
2020-07-15 오전 2:05:54 조회 : 8033

글 쓰는 것과 말하는 것. 살면서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누구나 하고 있다. 그러나 글을 잘 쓰는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지, 말을 잘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는 글쓰기와 말하기가 자신의 생각을, 즉 자신을 표현하는 기본적이면서도 유일무이한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다인다색에서는 정제된 글쓰기와 말하기로 세상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담아내는 이다혜 기자를 만나보았다.










영화 기자 이다혜, 그 첫걸음
 




봄과 여름의 경계에 있던 5월의 어느 날, 한 카페에서 이다혜 기자를 만났다. 이다혜 기자는 2000년부터 <씨네21> 기자로 일하며 각종 저서를 출간하고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회사원으로서 회사에 다니고 있고, 여유 시간에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며 소탈하게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는 2000년 한겨레 공채로 입사해 20년간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기자로서의 출발점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일을 시작하고 나서 적성에 맞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방향이 확고히 정해졌던 것이 아니기에 일을 한 처음 2~3년 정도는 계속 기자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점차 일을 계속하면서 회사에서도 좋은 평을 받게 되고, 비슷한 업계에서 새로운 업무에 대한 제안이 들어오면서 시작하게 된 것이 많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발전 속도가 더디었던 편이라며, 20대 때는 주로 많은 것을 보고 듣는 등 자신에게 인풋을 많이 주었다고 한다.
 




“지금 보면 이렇게 제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편집 기자로 일을 시작했어요. 편집 기자는 취재 기자와 다르게 내근직이에요. 기사를 많이 읽기는 하지만 제가 직접 쓰는 것은 아니었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아니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제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대신 저의 경우는 20대 때는 뭐든지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봤죠. 제가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음악 담당이어서, 음악 관련 글을 썼어요. 그때는 음반을 많이 샀죠. 회사는 영화 위주니까 DVD를 많이 사기도 했고, 책은 원래 좋아했어서 꾸준하게 사서 읽었고요. 그게 제가 20대 내내 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저만의 관점, 주관이 없어서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지금은 쌓인 게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어떤 것에 대해 비교하거나 장단점을 얘기할 수 있게 된 거죠. 이렇게 영화나 책에 대해 말을 하고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씨네21>은 1995년 한겨레 신문사가 창간한 영화 전문 매체이다. 모든 문화 예술의 산물이 그러하듯, 영화도 시대적, 문화적 배경과 동떨어져서 완성될 수는 없다. 단순히 영화에서 사용된 소품이나 내용의 흐름뿐 아니라 그 영화가 사회 속에서 가지는 의의, 시사점, 그리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수단 등 모든 것이 한 영화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세심한 작업일 것이다. 이에 영화 기자라면 당연히 영화의 의미를 파악하고 사회현상과 연결하는 통찰력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매체가 다양해지고 매체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는 만큼, 이 시대에서 ‘영화 기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우선 영화 기자라고 하면 보통 리뷰나 평론을 많이 생각하시겠지만같은 영화 전문직이라고 해도 각각 중점을 두고 하는 부분에 따라 많이 나뉘어요예를 들어 해외 영화한국 독립 영화애니메이션영화 평론산업 같은 세부적인 분야가 있어요처음에는 글만 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유튜브도 있고요유튜브의 영향력을 보면 확실히 예전과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죠그래서 요즘 <씨네21> 기자들은 어떻게 이슈를 잡을 것인지 고려하고 있어요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당연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영화계의 움직임 이 중요할 수밖에 없죠영화를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영화를 상영하는 사람극장 관계자마케터수입 배급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합니다넷플릭스나 왓차와 같은 OTT 플랫폼에 대한 기사도 많고요지금은 그것보다는 어떻게 이슈를 만들고 선점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 자신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작업
 




그를 처음 만나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지금은 편집 업무 외에도 글 쓰는 일이나 말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출근길의 주문』,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교토의 밤 산책자』, 『책읽기 좋은날』,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아무튼, 스릴러』 등의 저자이다. 그중 2018년에 출간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는 어떤 형식이든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는 조언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잘 정리하고 전달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는 글을 쓰는 능력은 직업과 무관하게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글쓰기란 무엇일까. (사진 출처: yes24)
 




저는 항상 글쓰기에 관해 얘기할 때 생각을 시각화하는 것이라고 얘기해요남들이 쓴 글을 보고 이런 글은 나도 쓰겠다고 생각하기는 쉽지만막상 나보고 쓰라면 못 쓰거든요머릿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드는 건 다릅니다글쓰기는 그걸 하는 과정이고요보이지 않는 생각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면그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할 수 있잖아요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도가 최대한 전달되는 것이에요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언어를 쓰진 않아요그래서 상대가 나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중요한 건 그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거예요.
 




그는 가능하면 상대의 반응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전달하려는 바를 투명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동시에 100% 통용되는 글쓰기는 없으므로, 계속 신경 써서 갈고 닦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쓰기와 읽기를 ‘나 자신이 되겠다는 가장 강력한 행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요즘은 글을 통해 어떤 자신이 되고 싶으냐고 질문하자, 가능하면 정확하게 말하고 쓰는 것과 더불어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계속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아는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경력, 경험이 쌓일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동시에 아직 커리어를 시작하는 단계라면 오히려 ‘내가 맞지 않을까’라고 많이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했다.
 




“두려움은 없어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계속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글을 쓸 때 제일 중요한 건 일단 자신이 설득되어야 해요. 예를 들어 ‘오늘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보통 다 ‘괜찮았어’ 이렇게 대답해요. 제일 무난하니까요. 가치 판단이 잘 안 들어가 있죠. 정말 좋았다면 좋았다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말하기 애매할 때 그냥 ‘어, 되게 좋았어요.’라고 디테일 없이 말하죠. 그리고 보통 생각도 깊게 하지 않고 거기서 멈춰요. 사회생활 초반기에 느꼈던 이런저런 감정들을 생각하면 저는 ‘이상하다’고 느끼기만 했지 ‘이상하다’라는 말에 있는 너무나 다양한 문제들을 들여다보려 하진 못했죠. 어떤 경우에는 너무 말을 거칠게 하는 사람이라서 기분이 나빴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나랑 성격이 너무 달라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데, 그냥 뭉뚱그리는 거죠. 무언가에 대한 감상을 얘기할 때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떠했고 그래서 나는 어떻게 느꼈다는 식이 아니라 그냥 ‘재밌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죠. 영화 리뷰를 쓴다고 하면, 영화를 왜 골랐는지부터 그 리뷰에 쓰여 있어야 해요. 그런데 보통 감점당하지 않는 글쓰기를 하는 경우가 많죠. 누구나 인터넷 검색하면 쓸 수 있는 것들을 분량 맞춰서 쓰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많이 보고,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쓰는 것,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이다혜 기자가 전하는 페미니즘적 서술
 





이다혜 기자는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을 강조하기도 하고, 실제로 그의 많은 글도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많다. 그는 대표적으로 페미니즘적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이슈를 당사자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자로 태어나 컸고, 여자로 살고 있는데, 여자인 자신이 경험한 것은 왜 항상 책에서 배운 ‘평등하고 차별도 없는’ 세상과 다른지에 대해 당사자로서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 중 다양한 작품 속 여성에 관한 서술을 고찰한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을 담은 『출근길의 주문』은 그만의 페미니즘적 서술을 담고 있다. 그에게 페미니즘적 서술을 할 때 특별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페미니즘적 서술을 정확히 얘기하면, 여자로서 경험한 것을 페미니스트로써 다시 쓰는 것이에요. 그러면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어떻게 쓸 것이냐 생각을 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건 ‘어떻게 하면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인 것 같아요. ‘너무 너의 피해망상 아니야? 너만 이렇게 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야?’ 이런 얘기를 듣는 것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부분이었어요. 예를 들어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에서 무진기행에 대해 쓴 부분이 있는데, 이 책에 대해 제가 항상 들어왔던 건 ‘한국 단편 소설의 걸작’, ‘인생 소설’과 같은 평이었죠. 그런데 그 작품을 뜯어보니까 조금 이상한 거예요. ‘왜 여기서는 여자를 다 이렇게 그렸을까, 이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런데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느낀 것 같아.’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거죠. 그런데 이런 생각을 얘기하면 문학 속 상징, 인용인데 일대일 대응시켜서 성별 문제로 보면 어떡하느냐는 비판, 혹은 비난이 따르게 되어 있죠. 그래서 가능하면 어떻게 정제된 언어로 글을 쓸까. 만약에 내 글을 읽고 같은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화를 내고 공감한다면 그건 그 글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기 때문이어야지, 내가 먼저 화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히려 주장이 강한 글일수록 지나치게 감정적이면 안 된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물론 세상의 어떤 일은 비명을 지르면서 고발을 해야 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이것 역시 일반화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저의 경우는 흥분하고 화가 나는 일일수록 차분하게 서술함으로써 가능하면 글이 먼저 화를 내고 있지는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감정이 아닌 자신의 생각과 논리에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이 묻어나는 듯했다. 자신의 글이 공감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여성으로서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은 이다혜 기자뿐 아니라 다른 많은 여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편함을 느끼는 모든 것을 말해야 하는지, 혹은 말해도 되는지, 말하는 것이 이득일지, 말하지 않는 것이 이득일지 생각하곤 한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우선은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해요모든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말해주기를 마냥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그건 아닌 것 같아요말을 안 한다면 말을 안 했기 때문에 얻는 불이익이 있고말했기 때문에 얻는 불이익이 있어요여자로 사는 게 그런 식이라서요살다 보면 무언가를 해도하지 않아도 손해인 경우가 너무 많이 생기거든요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과는 어디까지 얘기할 것인가라는 것은 결국 자기가 깨지는 경험을 통해 알아가는 것 같아요다른 사람이 먼저 얘기해주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자기가 할 수 있는 말부터 하는 거예요자기가 얘기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더 적극적인 거고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방어를 하는 것이죠이것도 정말 사람마다 다 다를 거예요어떤 회사에 다니고 있고어떤 사람들과 같이 지내고 있고 이런 것에 따라 모두 기준이 다르죠그리고 사람마다 성장환경도 다 달라서같은 것을 보고도 다 다른 생각을 하잖아요그러니 페미니스트로서 모든 사안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도 없고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그러나 분명하게 말할수록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더 찾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죠.
 




2017년 출간된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가 여성으로서 마주한 현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면 2019년 출간된 『출근길의 주문』에는 페미니스트 직장인으로서 같은 후배 여성들에게 주는 조언이 담겨 있다. 앞서 말했듯 두 책 모두 페미니즘적 서술을 담고 있지만, 그간 변화한 것이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두 책을 출간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 2~3년 사이에 제가 일하면서 만나는 여자들이 많아졌어요. 그 짧은 기간에요. 그 전에는 문화에 대해 마이크를 얻는 사람은 남자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페미니즘 이야기가 점점 많아지면서 업계 관계자들이 ‘또 그 사람을 써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여자들과 더 협업하려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제가 사람을 찾거나 추천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를 쓸 때는 제가 여자 분을 추천해도 남자 분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가 있었어요. 4명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4명이 다 여자면 이상하지 않느냐고 하는 거죠. 반대로 4명이 다 남자면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을 안 해요. 여자는 1명도 많다고 생각하죠. 물론 여전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출근길의 주문』 쓸 때쯤에는 약간이나마 나아졌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여자들끼리 일을 한다고 해서 아예 문제가 없을 순 없거든요. 여자들끼리도 문제가 생기고 또 해결해야 하죠. 그래서 여자들끼리 일을 할 때를 생각하면서, 여자들끼리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출근길의 주문』은 그의 20여 년 동안의 사회생활 경험을 토대로 ‘일하는 여성’이 가진 고민을 담은 책이다. 여성들이 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말하기와 글쓰기, 네트워킹 방법들이 서술되어 있다. 그 중 ‘여자 상사와 부하를 엄마와 딸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서로의 소망을 투영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여성들에게 선후배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사진 출처: yes24)
 




저는 엄마와 딸도언니와 동생도 아니라고 생각해요저는 직장 사람들끼리는 그냥 동등한 개인이라고 생각해요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마다 다 달라요어떤 경우에는 언니가 아닌데도 자기를 언니처럼 생각해줬으면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반대로 동생이라고 생각해서 끌어줬으면 하는 경우도 있어요하지만 동생은 아니거든요저는 사적인 관계로 치환해서 사회관계를 생각하지 않고그냥 동등하게 같이 일을 하는 파트너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그렇게 하고 나서 그다음에 정말 가까워져서 언니동생 할 수 있겠죠그런데 보통은 사적인 관계를 먼저 맺고 싶어 하거든요그러면 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한국식 표현 중에 친해졌다는 뜻으로 언니라고 불러형이라고 불러.’ 라는 게 마치 어떤 집단에 소속됐다는 인증처럼 쓰일 때가 있잖아요저는 그건 아니라고 봐요그냥 각자 자기 일을 잘해서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하기 좋은 사람들이 되면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사적으로 편한 관계가 되거든요사적으로 편한 관계가 안 돼도 되고요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되는것도 충분히 멋진 일이죠.
 









청취자와 소통하는 팟캐스트, 그리고 그의 목표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프로파일>이란 이다혜 기자와 이수정 범죄심리학자가 함께 매주 한 편의 ‘범죄영화’를 골라 작품을 분석하며 범죄 유형과 범죄자 심리, 사회구조와 법 제도의 문제를 조명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이다. 다소 예민한 주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을 어떠한 편견을 인지하려고 노력하고, 어떤 부분에서든 차별적인 발언을 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 같았다. 작년 4월부터 1년 넘게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이다혜 기자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실제로 성폭력 피해를 당했던 분이 비밀 댓글을 남겼던 적이 있었고, 그 사연에 대해 교수님이 연대하기 위해 방송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셨었는데, 그때 이 방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아마 되게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범죄영화에 대해 피해자 중심에서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선은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있고 좋은 의도가 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지만, 방송을 계속하려면 결국은 사람들의 호응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결국은 이 청취자분들이 아니었으면 시즌2를 기획하기도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것도 있었죠.
 




그의 말대로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프로파일>은 청취자와 소통하며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갖고 살아가라는,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즌2로 나아가는 팟캐스트가 피해자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길 바라는지 물었다. (사진 출처: audioclip)
 




한국 사회에서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폭력 등의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너무 낮은데문제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여성들이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주변 사람들이 나랑 생각이 다 다르면 아무말도 안 하게 되거든요근데 나보다 급진적인 사람이 있다면 나도 더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죠이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그러면 한국 사회가 바뀌는 속도가 더 빨라지도록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 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기자라는 직업에 적성이 맞는지 오래 고민했다고 한 이다혜 기자는 20년이 지난 지금 기자로서 편집업무를 하며 칼럼을 쓰고, 많은 저서를 출간하고,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글 쓰는 일과 말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 세상에서 마주하고 싶은 글과 말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이에 그는 일단 다들 일을 많이 하고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경력을 충실히 쌓아서 전문적으로 말하는 것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각각의 인생인 만큼, 얘기하지 못할 것이 없고, 그렇기에 쓰지 못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가 글을 쓰는 기자가 아닌, 작가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어떤 것일까.
 




“부귀영화요(웃음). 네,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어요. 책 읽고 글 쓰고 영화 보고 음악 듣고 이런 걸 원래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생계 걱정 없이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게 제일 그냥 좋은 일일 것 같아요. 그리고 가능하면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기를, 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이렇게 나이 먹어서 굳이 이래라저래라 말하는 건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여자분들이 ‘내가 잘 난 것 같다, 내가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까 나 좀 성공할 것 같지 않나?’라는 생각을 불현듯 하는 거죠. 여자들은 그런 생각을 보통 잘 안 하거든요. 그냥 가만히 내버려면 갑자기 막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도 좀 그렇고요. 그냥 갑자기 ‘나는 좀 훌륭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의식적으로, 일부로 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똑같은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거든요. 저는 아까 부귀영화라고 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 어떤 사람에게는 명예가 더 중요한 가치일 수 있고, 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가족일 수도, 건강일 수도 있고요. 목표한 게 무엇이든 자기 자신과 불화를 만들어내지 않아야 해요. 자기 자신과 부대끼지 말고 자기랑 잘 행복하게 살려면 나는 좀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그 생각을 믿고, 그리고 여자들끼리 더 믿는 거죠. 그런 단계에서 그나마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잘하시리라 생각하고요.”
 









이다혜 기자는 단순히 정제된 언어와 표현을 중시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써 내려가는 글의 힘을 믿는 듯했다. 그는 세상의 잘못된 점과 세상 속 사람들의 다양함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었다. 또 그가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라며 언급한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은 그가 그의 동료들을,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가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으로 많은 일을, 그가 바라는 대로 ‘오랫동안’ 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출처가 표기되지 않은 사진은 인터뷰이 측에서 직접 제공한 사진입니다.




<저작권자 © 이화이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오류 제보 및 정정 요청 ☞ ewhaiancontents@gmail.com>

회원 이상 권한을 가진 회원만 댓글 사용이 가능합니다.
제목
이화이언 컨텐츠 게시판 댓글 정책
식물을 통한 치유와 소통 - 식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임이랑 씨를 만나다. (12) 929
생각을 시각화하는 글쓰기의 힘 - 자신의 생각을 정제된 언어로 보여주는 이다혜 기자를 만나다(45) 8031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 사회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임현주 아나운서를 만나다 (122) 11629
질문과 공감을 만드는 설치미술의 세계 – 상황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고민을 바탕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을 만드는 박혜수 작가와의 만남 (54) 3812
즐거운 배움을 전하다 - 아이들의 가능성을 비춰주는 스타트업 '키돕'의 김성미 대표, 당당한 그의 삶 속으로 (99) 5965
일상에서 얻는 철학적 영감을 풀어내다. - 음식과 철학의 특별한 만남을 다룬 책, <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를 집필한 이화여대 철학과 동문, 오수민 작가를 만나다.(137) 7324
‘공감’으로 전하는 재미와 감동 –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진심 어린 공감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남숙 성우의 이야기를 들어 보다. (64) 6247
모든 여성들의 야성과 존엄을 위하여 - 페미니즘 공간 '울프소셜클럽'을 운영하며 자신의 파이를 구하기 위해 여성들과 연대하는 김진아 대표를 만나다(96) 8000
글의 공적인 가치를 생각하다 - 유의미한 논의를 형성하기 위해 '틀린 것'을 말하는 위근우 기자와의 만남(98) 9260
우리 동네의 특별함을 전하다 - 획일화 되어가는 도시 공간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별함을 전하는 기업 '어반플레이' 강필호 팀장과의 만남 (58) 6555
매일 꾸준히 성장하는 열정을 공유하고 싶어요 -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발전하는 허지영 작가와의 만남(80) 9500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다양한 도전을 통해 피겨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김해진 전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만나다 (82) 13742
‘최초’를 두려워하지 않는 10년 차 웹툰 작가 - 가치 있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하기 위해. 웹툰 작가, 무적핑크를 만나다. (101) 17713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목소리의 힘 - 개성있는 연기로 모두를 사로잡은 <명탐정 코난>과 <원피스>의 성우 강수진의 삶과 성우계의 미래를 들어보다(115) 18862
새로운 콘텐츠 소사이어티를 꿈꾸다 - 영화관을 넘어 인생을 담은 극장을 만드는 메가박스 큐레이션 팀과의 특별한 만남 (93) 16741
1

| |
copyright by Ewhaian.com All right reserved
E로그
E화원
이화이언
컨텐츠
라이프
캠퍼스
이벤트
설정관리